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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지를 더 알차게! 식량자급률은 더 높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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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1. 04. 23:17

국립식량과학원 밭작물개발부장 정병우
정병우 국립식량과학원 밭작물개발부장
밥만큼 자주 먹는 빵이나 영화관에서 즐겨 먹는 팝콘. 이처럼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음식의 주재료인 밀과 옥수수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22.2%에 불과하다. 쌀을 제외하면 밀 자급률 1.1%, 옥수수 0.8%, 두류 9.3% 수준에 그친다. 1970년 80.5%였던 곡물 자급률이 반세기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 것이다.

국제 정세도 여전히 불안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곡물 가격은 급등했고, 기상이변은 주요 곡창지대를 위협한다. 분쟁과 기후변화, 경제 충격이 겹치며 2023년 전 세계 기아 인구는 7억3000만 명을 넘어섰다. 우리도 식량 위기에서 예외일 수 없다. 하지만 경지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미래 불확실성에도 대비할 수 있다.

1970년 우리나라 경지이용률은 142.1%에 달했다. 당시에는 같은 땅에 벼를 수확한 뒤 보리, 밀, 호밀 등 맥류를 이어 심는 이모작으로 경지를 최대한 활용했다. 하지만 현재는 사정이 달라졌다. 쌀은 수급이 충분한데 반해, 밀·옥수수·콩 등 주요 곡물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겨울철 논은 대부분 비어 있어 2023년 경지이용률은 108.6%까지 떨어졌다. 이를 개선하려면 경지 활용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해결책은 이모작 확대에 있다. 이는 단순한 농업기술을 넘어 식량안보라는 국가 생존 전략의 핵심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과제가 중요하다.

첫째, 지역 맞춤형 작부체계를 지속적으로 개발·보급해야 한다. 지역의 기후와 토양 조건에 맞는 작목을 선정해 농가가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작부체계로 남부지역의 벼-맥류 이모작, 전남 진도의 수수-배추 이모작, 경남 사천의 녹두 이기작, 경북 지역의 벼 대신 콩·옥수수, 겨울철 양파·감자를 재배하는 공동영농형 이모작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겨울 조사료와 콩을 연계하는 작부체계가 주목받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에 따르면 트리티케일·청보리·이탈리안라이그라스 같은 겨울 조사료는 5월 중순에 수확이 가능해, 6월 수확이 일반적인 밀보다 여름작물과의 연계가 수월하다. 조사료-콩 이모작 체계는 기존 밀-콩 체계보다 콩 수확량을 25% 이상 높였으며, 참깨·들깨 등 여름작물과도 이어짓기가 가능하다. 이는 경지이용률 향상은 물론, 농가 소득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둘째, 벼처럼 파종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을 기계화해 원활한 이모작 전환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은 '선풍'(콩), '하니올'(참깨), '소담찰'(수수) 등 기계수확이 가능한 품종과 이에 맞는 재배법을 개발해 논에서의 기계화를 지원하고 있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식량안보를 위해서는 정책과 기술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해 동계 조사료 재배 시 헥타르당 50만 원, 여름작물에는 최대 500만 원까지 지원하며, 이모작 농가를 뒷받침하고 유휴 농지를 줄이는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더해 국립식량과학원은 지역 여건에 맞는 작부체계 개발과 기계화 적응 품종 육성으로 기술적 뒷받침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도 연구와 현장 지원을 강화해 농업인의 선택을 돕고, 농가 소득 향상과 식량자급률을 끌어올려 식량주권 확립에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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