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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자영업자 늘고 있는데...시중은행, 우량기업만 ‘선별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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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5. 11. 04. 18:15

개인사업자 대출 10개월째 제자리
연체율 0.78%, 대기업보다 높아
전문가 "정책적 금융 장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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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포용금융' 기조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올해 들어 10개월째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상환 여력이 떨어지는 취약 자영업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부실 확대를 우려한 시중은행들이 높은 가산금리를 적용하며 대출 문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에 저소득 자영업자들은 상호금융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지만, 높은 금리로 채무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25조6202억원으로, 작년 말(325조6218억원)과 비교해 거의 변동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대출이 13조6081억원(2.05%), 대기업대출이 12조752억원(7.62%)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약 1조5000억원 줄었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이 하반기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지난 7~10월 평균 증가액은 3829억원으로 중소기업대출 평균 증가액(2조9376억원)의 15% 수준에 그쳤다. 이들 은행서 개인사업자대출은 중소기업대출의 약 50%, 전체 기업대출의 약 40%의 비중을 차지한다.

은행권은 개인사업자 대출이 제조업·AI 등 첨단전략산업 위주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와 거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 주문에 따라 제조업과 AI(인공지능) 등 첨단전략산업에 속한 중견·중소기업에 자금 공급을 늘리고 있지만, 개인사업자대출은 부동산 및 임대업, 도소매업 비중이 높아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릴 유인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량하고 잠재력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자금 공급을 늘리고 있어 임대업·도소매업 등에 대한 대출은 비교적 후순위인 상황"이라며 "이들 업종에서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어 대출 리밸런싱을 통해 (해당 업종의)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기 회복 지연으로 자영업자 관련 지표는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취약 자영업자 차주(하위 30% 저소득·저신용)는 43만7000명으로 작년 말보다 약 1만명 증가했다. 지난 8월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전월보다 0.06%포인트 오른 0.78%로, 전체 기업대출 연체율(0.73%)을 웃돌았다.

이에 은행들은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5대 은행이 지난 7~9월 취급한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금리는 5.05%로, 4%대에 진입한 중소기업 신용대출 금리(4.88%)보다 높았다.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대출금리는 전분기 대비 0.22%포인트 떨어졌으나, 같은 기간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0.05%포인트 높이며 금리 하락 효과를 일부 상쇄했다.

문제는 저소득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자금 수요가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자영업자 관련 금융권 대출 잔액은 사상 최대인 1069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소득 상위 70% 이상 중·고소득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이 약 2조원 감소한 반면, 하위 30%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은 3조8000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상호금융권 대출이 2조5000억원을 차지했다. 현재 상호금융권 개인사업자 대출 금리는 은행권보다 1~2%포인트 높아 저소득 차주의 금리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우량 차주 중심의 대출 전략을 강화하고 있어 향후에도 소상공인 대출이 대폭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 등을 이유로 대출 공급에 신중한 상황인 만큼, 대출 취급을 늘릴 만한 정책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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