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오응환 칼럼] “정의(正義)는 없다, 정치(政治)가 없다”는 외침이 그치려면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sl1.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925000925401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9. 25. 09:29

오응환 (객원논설위원)
최근 우연히 마주한 TV드라마 속 대사가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미모의 판사 몸에 악마가 들어가 현실세계에서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악인(惡人)을 시원하게 처단한다는 내용의 액션판타지 드라마다. 법복을 입은 미모의 판사가 정의의 여신상 앞에 서 있고, 법원에 견학 온 눈망울 맑은 유치원생들이 질문하고 판사가 대답한다. 

"정의(正義)가 뭐에요?" 
"정의는 착한 사람은 행복하게 살고 나쁜 사람은 벌 받는 거야." 

이어지는 질문과 대답. 

"근데, 왜 나쁜 사람이 더 잘 살아요?" 
"이 세상에 정의는 없으니까. 정의는 죽었다, 정의는 개나 줘라!" 

교과서 속의 대답이 아니다. 인솔한 유치원 교사의 가슴을 철렁하게 하는 위험수위 대답이다.

요즘 필자를 만나는 사람마다 정치권(政治權) 소식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죽겠다고 하소연이다. 뉴스에 나오는 정치권 소식을 보고 있으면 혈압이 올라 아예 뉴스는 안 본다는 것이다. 지인(知人)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금의 정치에는 널리 국민을 이롭게 해야 할 참정치는 찾아보기 어렵고, 자신과 정파이익(政派利益)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이라도 동원하는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sm)과 영국의 철학자 홉스가 외친 "만인 대 만인의 투쟁"(the war of all against all)이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정의는 없다'는 드라마 속 대사와 오버랩 된다. 왜 대한민국에 진정한 정치는 없다는 것일까?

사람을 나타내는 한자(漢子) 사람 인(人)은 두 사람이 등을 맞댄 모습이다. 함께 어울리고 협조(協助)하는 화합(和合)의 모습이다. 참 정치는 사람 인(人) 한자 모습처럼 타협(妥協)과 협치(協治)가 필수적인데 작금의 정치는 국가의 발전과 국민은 뒷전이다.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사는 모양새니 불쌍한 건 국민이다. 영원한 우방(友邦)도 영원한 적도 없고, 총성 없는 경제전쟁(經濟戰爭)이 펼쳐지고 있는 냉정한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의 정치가 이래서는 안 된다.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고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정치 본연의 책무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참 정치로의 복귀를 위해 정치권은 먼저 협치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치인이 물고기라면 물은 국민이다. 물이 살아야 물고기가 살 수 있는 것이니 아무리 정당의 존재 이유가 선거에서 이겨 정권을 얻는 것이라 해도 국민의 행복을 도외시(度外視)한 승리는 의미가 없음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정부 여당은 국민의 심판에 따라 대선에서 승리해 집권여당이 되었지만, 총선에서 절대 다수의석을 야당에게 내준 현실 또한 냉정하고 겸허하게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이 국민으로부터 낮은 지지를 받는 것에 대한 책임 떠넘기기, 나 몰라라 식의 행태는 절대 있어선 안 된다. 그건 대선에서 승리를 안겨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다. 정부와 여당이 엇박자를 내는 모습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해서도 안 된다. 의회 내 절대 다수의석을 차지한 야권과는 삼고초려(三顧草廬)보다 더한 노력을 해서라도 끊임없는 대화와 타협을 해야 한다. 냉엄한 국제정세와 핵무기로 위협하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큰 정치로 국정에 한 치의 빈틈도 없도록 해야 하겠다. 

의회 내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해서 삼권분립(三權分立)의 근간도 흔들 수 있는 큰 힘을 가진 야당은 절대 다수 의석수에 의한 일방적 독주보다는 민심은 언제든 변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총선에서 받은 표는 자신들이 절대적으로 좋아서가 아니라 "상대보다 덜 나빠서"임을 인정하는 겸손함을 가지기 바란다. 총선에서 보여준 원칙 없는 공천과 당리당략(黨利黨略)에 따라서가 아닌 오로지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행복을 위한 정치를 펼침으로써 자신이 수권정당(受權政黨)의 면모를 갖췄음을 스스로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입법·사법·행정부가 각기 책임을 다하고 서로 견제와 균형을 맞출 때 유지되고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절대다수 의석의 민주당은 꼭 명심해주기 바란다.

그래서 "정의는 없다, 정치는 없다"는 외침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