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친 세상이다, 특히 탄핵

野 주도 탄핵 중심도 없고 방향 잃어
김학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전 한국헌법학회장

김학성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前한국헌법학회 회장

탄핵이란 사법절차에 의해서는 책임을 추궁하기 어려운 고위공무원의 직무상 위헌 위법행위를 의회가 직접 책임을 묻는 제도다. 고위공직자의 범법을 추궁하지 못한다면, 권력통제도 헌법수호도 없게 된다.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탄핵은 중심도 없고 방향을 잃어버렸는데, 방향을 잃은 모습을 살펴보면 첫째, 헌법을 '파괴'하는 탄핵으로 전락했다. 본디 탄핵은 권력자의 불법을 견제함으로 헌법을 살리는 것이어야 하는데, 정치 보복의 수단이 되면서 헌법을 파괴하는 탄핵으로 전락했다. 정당한 수사를 놓고 이재명을 괴롭혔다고 하면서 검사를 탄핵하고 있으니 말이다.

둘째, 탄핵이 너무 '남발'되고 있다. 대통령 탄핵을 일반 공무원에 대한 징계쯤 여기며 탄핵 운운한다. 검사 탄핵도 현행 헌법이 만들어진 이후 단 한 건도 없었는데, 지금은 넘친다. 탄핵 이유는, 검찰의 기소가 창작과 편집이고, 조작이며, 소설이라고 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재명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에서 징역 1년의 중형을 선고했고, 대북송금 사건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9년 6월의 중형을 선고한 바 있다. 법원은 검찰의 '조작 편집 억지'라는 민주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셋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에서는 탄핵의 부당한 모습이 절정에 달한다. 위원장으로 임명된 바로 그 다음 날 탄핵소추가 의결됐다. 위법한 직무행위를 할 틈도 없을 시간이다. 2인 위원회가 의결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인데, 5인 방통위의 2인 체제 운영은 부당하지만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자신의 몫 2명을 추천하지 않았고, '국민의힘' 몫 한 명도 본회의에 올리지 않아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2인 체제의 적법 여부에 대한 법원의 태도가 갈라져 있는데, 2인 체제의 운영하에서의 결정을 부당하다고 본 판사, 수준 이하이다.

넷째, 검사를 탄핵하면서 피고인에게 검사를 탄핵할 기회를 주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국회의원은 구속 재판 중인 피고인(이화영)을 불러 '일방적'으로 변명할 기회를 주고 있다. 피고인이 도리어 검사를 수사하는 모양인데, 법 상식에 어긋나고 3권 분립에도 위반된다.

다섯째, 검사 탄핵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검사 탄핵은, 검사는 '탄핵,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않고서는 파면당하지 않는다는 검찰청법의 규정에 기인한 것으로, 헌법이 직접 인정한 탄핵 대상은 아니다. 검사 탄핵은 권력 통제보다는 신분보장 측면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또 탄핵은 단순 위헌 위법이 아니라, '중대한' 위헌 위법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민주당은 막무가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수많은 증인과 참고인을 불러, 모욕을 주고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 국민을 가지고 논다. 줄을 세워 일렬로 서라고 하고, 나갔다 들어오라고, 또 반성하고 오란다. 기가 차다. 민주주의가 이성을 잃게 되면 중우정치(衆愚政治)로 전락한다고 했다. 지금의 국회가 딱 그 모습이다. 대의민주제는 교양인을 전제로 한 것인데, 정청래·최민희 의원을 필두로, 이재명 대표를 아버지로 부르면서 1극 체제를 공고히 하는 이들에게 교양인 기대, 어림도 없다. 집단 이성이 마비된 대한민국, 눈을 감자니 열불나고 체념하자니 천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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