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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 |
'전자영장 전송 시스템' 구축 명목으로 신규 예산 36억6000여 만원도 편성됐다. 현재는 수사기관이 구속영장을 출력한 뒤 당사자나 법원에 전달하고 있는데, 이를 전자문서로 전송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생성형 법률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요구해 1억1400여 만원의 신규 예산도 타냈다. 공수처는 5400여 만원 상당의 고성능 PC를 구입해 AI 서비스를 내부망에 설치하고, 매달 500만원씩 이용료를 이미 내고 있다. 공수처는 "기록이 방대한 사건이 많아 한정된 인력으로 효율적 업무 처리를 하기 위해 AI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공수처는 '악성 민원인을 상대하려면 기존 공무직 직원 대신 수사기관 퇴직자가 명예민원상담관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신규 예산 1900여 만원을 편성받기도 했다.
수사기관이 업무에 필요해 예산을 증액하는 것은 비난받을 일은 결코 아니다. 업무 효율화를 위해 정보화가 필요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수처가 그동안 걸어온 길과 성과를 보면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공수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와 그 가족의 범죄를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하는 기관이다. 기존 수사기관(검찰·경찰 등)의 제 식구 감싸기와 권력 독점 방지 목적으로 2021년 1월 설립됐다.
그런데 출범 이후 지난 8월까지 지난 5년 간 총 1만988건의 사건을 접수했지만, 이 중 직접 기소로 이어진 사건은 6건(0.05%)뿐이다. 연평균 1.2건꼴이다. 이 가운데 2건은 무죄가 확정됐다. 공수처의 '1호 기소'였던 김형준 전 검사의 '스폰서 뇌물수수 의혹' 사건도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5년 간 집행된 예산이 무려 776억원이다.
이러다 보니 예산 증액도 기소 실적을 반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공수처의 최대 문제는 수사 역량 부족이다. 그런데 정보화나 AI 관련 예산을 수십억원 늘리겠다고 한다. '세금만 낭비하겠구나' 하는 탄식이 나올 만하다.
내년 검찰청이 폐지되면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유일한 상설 수사기관이 된다. 이런 위상에 걸맞게 양질의 수사 인력을 확보하고 수사 체계를 고쳐 수사 역량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다. 정보화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는 것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