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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준길 법무법인 解 대표변호사 |
재판부는 김모씨가 위증을 했고, 이재명이 위증을 교사했고, 그 교사행위로 인해 김씨에게 위증의 의사가 생겼음을 인정하면서도, 뜻밖에도 이재명에게 위증교사의 고의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해 버렸다. 이재명이 선고를 앞두고 갑자기 법원에 경의를 표하고 모두가 유죄를 예상하는 위증교사 선고 법정에 웃으며 들어설 때 "이상한데. 혹시나?"라고 했는데 "역시나"가 되어버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8년 12월 두 사람이 통화할 때 김씨가 증언에 나설지, 어떤 내용의 증언을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김씨가 위증할 것이란 점을 이 대표가 예견하긴 어려웠을 것이고, 김씨가 통화 이후 스스로 파악한 사실관계에 따라 진술서를 쓰고 이 대표의 변호사와 함께 증인 신문사항 등을 작성한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 이재명이 관여했단 증거가 부족하므로 교사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의 위증교사 고의는 해당 사건의 구체적인 진행상황과 관련증거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너무나도 당연히 인정된다.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이 대표가 2018년 5월 KBS 후보자 토론회에서 "(검사사칭은) 제가 한 게 아니고, PD가 사칭하는데 제가 옆에 인터뷰 중이었기 때문에 제가 그걸 도와줬다는 누명을 썼습니다"라고 한 발언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여기서 말하는 검사사칭 사건은 2002년 5월 KBS 최모 PD가 이재명 법률사무소에서 검사를 사칭해 김병량 전 성남시장과 통화할 때 이재명은 옆에서 메모를 적어주거나 보충 설명하다가 공범으로 기소된 사건인데, 이 대표가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것은 이 대표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공범인 최 PD가 당시 재판에서 이 대표의 가담 사실을 구체적으로 진술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KBS 후보자 토론회에서 김병량 전 시장에게 검사를 사칭한 최 PD와 공모하였다는 누명을 썼다는 이 대표의 발언은 명백한 허위이다.
그래서 이 대표는 2019년 2월 공직선거법위반으로 기소되었고, 이 대표가 누명을 썼다는 토론회 발언이 허위가 아님을 입증할 유일한 길은 누군가 김병량 전 시장이 당선을 위해 자신을 처벌하려고 KBS 측과 협의해 최 PD에 대한 고소를 취소하고 자신을 주범으로 몰기로 협의했다고 증언해 주는 것이었다.
이에 이 대표는 김 전 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씨에게 수차례 전화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김씨에게 '김 전 성남시장 측이 KBS PD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는 대신 이재명 단독 범행으로 몰아간 것'이라는 취지로 법정에서 증언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과연 2018년 12월 두 사람이 통화할 때 김씨가 증언에 나설지, 어떤 내용의 증언을 할지 이 대표가 몰랐으므로 김씨가 위증할 것이란 점을 이 대표가 예견하기 어려웠을까? 아니다. 당연히 예견하였다.
김씨가 통화 이후 스스로 파악한 사실관계에 따라 진술서를 쓰고 이 대표의 변호사와 함께 증인 신문사항 등을 작성한 것인가? 아니다. 김씨는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였으나, 이재명에게 들은 내용대로 진술서를 작성한 후 요청한 대로 수정한 진술서를 완성하였다. 이 대표가 소개해 준 이 대표 변호사를 통해 증인신문사항도 미리 숙지한 후 법정에서 이 대표가 요구하는 대로 위증하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위증교사의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법조 30년 경력이 다 되어가는 필자로서도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재판부가 위증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 대해 "이재명이 김씨에게 자신이 필요로 하는 증언을 부탁한 사실"을 인정하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면서도 이 대표에게 위증교사의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궤변에 불과하다.
그래서 문득 안희정의 재판이 생각난다. 안희정은 충청남도지사 시절 자신의 비서를 10회에 걸쳐 강제추행하거나 위력으로 간음·추행한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1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되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9개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며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안 전 지사를 법정구속했고, 대법원에서 3년 6개월 형이 확정되었다.
지금 이재명은 위증교사 무죄로 잠시 웃고 있지만, 항소심에서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99.9%라고 필자는 단언한다.
정준길 (법무법인 解 대표변호사)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