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독주 체제 속 적자 부담 커져
티빙 핵심 주주 KT, '키 플레이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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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넷플릭스 독주를 견제할 '거대 토종 OTT'로 기대를 모았지만,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1년 넘도록 답보 상태다. 합병이 늦어지는 배경엔 국내 유료방송 1위 KT가 자리하고 있다.
13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주요 OTT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넷플릭스 1345만명, 쿠팡플레이 684만명, 티빙 679만명, 웨이브 418만명 등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넷플릭스는 64만명 늘었지만 쿠팡플레이와 웨이브는 각각 94만명, 23만명 줄었다. 같은 기간 티빙은 28만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콘텐츠 공룡'으로 불리는 넷플릭스의 독주가 수년째 이어지는 형국이다.
토종 OTT 경쟁력 강화를 위해 티빙과 웨이브는 2023년 12월 합병에 뜻을 모았다. 양사는 출범 이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지난해 상반기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했지만, 주주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티빙의 경우 모회사 CJ ENM이 49%, KT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가 13.5%의 지분을 각각 보유 중이다. 웨이브 역시 모회사 SK스퀘어가 40.5%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지상파 3사가 19.8%씩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지상파 3사가 가까스로 합병에 동의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 했지만 KT가 제동을 걸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KT 유료방송(IPTV+케이블TV+위성방송) 가입자 수는 1293만명으로 1위다.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35% 넘어선다. 유료방송의 매출 기여도도 높다. 지난해 4분기 KT 유선 사업 매출은 1조3171억원으로, 이 중 5232억원을 IPTV가 담당했다.
다만 1인가구 증가와 OTT 공세 등에 유료방송시장은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KT가 티빙과 웨이브 합병에 쉽사리 찬성표를 던지지 못하는 이유다. 합병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CJ ENM도 KT를 달래는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최근까지도 KT와의 협상 테이블을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 티빙의 적자 폭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전략 변화가 나타나면서 OTT 업계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점이 부담"이라며 "합병 성사 여부와 향후 시너지 규모 등이 중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