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33살 유격수 전업, 천재 베츠의 전무후무 도전기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sl1.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314010007348

글자크기

닫기

정재호 기자

승인 : 2025. 03. 14. 16:02

33세 시즌에 엘리트 유격수 도전기
오프시즌 엄청난 노력 기울인 천재
성공하면 이도류 오타니에 버금가
BASEBALL-... <YONHAP NO-1986> (IMAGN IMAGES via Reuters Connect)
무키 베츠가 송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무키는 다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명문 LA 다저스의 3루수 맥스 먼시(35·다저스)는 말했다. 올 시즌 뜻밖에도 주전 유격수를 맡을 무키 베츠(33·다저스)에 대해 먼시는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과 인터뷰에서 "이런 도전은 그에게 재미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는 정말 즐기는 것 같다. 사람들이 보지 못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지만 도전에 있어서는 정말 다른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먼시는 "베츠가 접근하는 방식을 보면 할 수 있는 한 수비 좋은 유격수가 되기 위해 정말 재미있게 노력하고 있다"며 "베츠가 매우 좋은 수비력을 갖춘 유격수가 될 것이라는 데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우익수로 골드 글러브를 수상한 베츠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외야 수비력을 뽐낸다. 지난해 팀 사정상 2루수로 들어왔다가 개빈 럭스가 수비에 문제를 드러내면서 유격수로 옮겼다. 그러다 시즌 후반 다시 우익수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잘 몰랐던 사실이지만 올해 유격수로 복귀는 베츠의 강한 의지가 담긴 결정이다. 베츠는 작년 8월 고된 유격수 임무를 마치고 우익수로 돌아가면서 "지금은 끝났지만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고 나서 다시 돌아오겠다"고 눈빛을 반짝였다고 전해진다.

하루 수백 개 땅볼 감내한 천재

그 뒤 약속을 지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이 뒤따랐다. ESPN은 베츠가 지난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거의 매일 LA 지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내야를 찾아 강도 높은 수비훈련을 해왔다고 밝혔다. 베츠의 훈련을 전담한 다저스의 비디오 분석 코디네이터 중 한 명인 페드로 몬테로는 삼각대에 아이패드를 올려놓고 베츠 방향으로 카메라를 조준한 후 펑고 배트로 야구공을 반복적으로 바닥에 튀겼다. 텍사스 레인저스 감독이었다가 다저스 1루 코치로 돌아온 크리스 우드워드는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자택에서 이 파일을 받아 분석했다. 이런 식으로 세 사람은 거의 매일 대화를 나눴다.

베츠와 몬테로는 11월 둘째 주부터 2월 첫째 주까지 캘리포니아 엔시노에 있는 베츠의 집 근처 크레스피 카르멜라이트 고등학교, 그 다음 시에라 캐년, LA 밸리 칼리지, 마지막으로는 로욜라 고등학교에서 훈련했다.

새해 며칠 동안 베츠는 텍사스 오스틴으로 날아가 5번의 올스타와 2번의 골드 글러브상을 수상한 명유격수 출신 트로이 툴로위츠키의 지도를 받았다. 베츠는 그의 유격수 수비에 매료된 바 있다. 이어 베츠는 1월 초 LA 지역에 산불이 번지자 애리조나 글렌데일로 날아가 우드워드와 직접 훈련했다.

이들의 협업은 주 3일에서 5일로 강도가 계속해서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처음 두 달의 목표는 다양한 송구에 필요한 발놀림 기술을 연마하는 데 맞춰졌다. 베츠에게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땅볼을 습득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베츠는 유격수로 9개의 실책을 저질렀는데 그 중 8개는 송구 실책이었다. 송구할 최적의 위치에 놓일 수 있는 발놀림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이를 보완할 철저한 맞춤형 훈련이었다.

1월이 되자 보다 현실적인 훈련으로 바뀌었다. 베츠는 긴 시즌에 지치지 않기 위해 효율적인 루틴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루틴은 어떤 상황에서도 베츠가 피로하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때 하루에 처리하던 수백 개의 땅볼은 35개 정도로 줄어들 만큼 기량 향상이 이뤄진 결과다.

전례 없는 33살 유격수 전환

사실 만 33세 시즌에 다른 포지션을 소화하다가 가장 힘들다는 풀타임 유격수로 돌아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베츠가 최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SPN 리서치에 따르면 1900년 이후 우익수에서 통산 100경기, 유격수에서 통산 100경기를 기록한 선수는 21명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유틸리티 플레이어였다. 과거 29세 시즌에 매일 우익수로 뛰다가 그 후 3년간 주전 유격수를 맡았던 토니 워맥 정도가 그나마 비교 대상이다. 하지만 워맥은 그 전에도 프로 유격수 경험이 많았던 선수라는 점에서 베츠와 또 다르다.

베츠는 프로야구에서 첫 12년 동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횟수가 단 13번에 불과했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루키 리그와 로우 싱글A에서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즉 명예의 전당 헌액을 예약해놓은 골드 글러브 우익수가 30대에 가장 까다로운 포지션으로 자리를 옮긴 전례는 없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투타를 겸업하는 오타니 쇼헤이(31·다저스)에 버금가는 업적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다저스는 믿고 있다. 압도적인 야구 감각과 운동신경을 지닌 베츠라면 해낼 수 있다고 본다. 팀 입장에서는 베츠가 유격수로 뿌리를 내려줄 때가 가장 좋다. 베츠가 빠진 좌우 외야수 자리에 타격이 좋은 선수를 기용하면 최상의 라인업을 꾸릴 수 있어서다.

베츠는 평생 도전받고 싶어 하는 유형의 선수다. 그는 모든 사람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아울러 야구 경력에서 자신의 유산을 강화하겠다는 목표 의식이 뚜렷하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의 감독은 "무키는 최고의 야구선수가 되고 싶어 하는데 그의 방망이로 유격수에서 플레이하면 우리는 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반겼다. 선수 출신인 브랜든 곰스 다저스 단장은 "무키는 그냥 유격수가 아니라 엘리트 유격수가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며 "무키랑은 내기하지 않는 게 좋다"고 성공을 자신했다.

우드워드 코치는 "베츠는 구식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좌우, 양손, 공 앞에서 확실하게 하는 유형의 것들이다. 나는 그런 식으로 코치하지 않는다. 나는 무키가 정말 잘하는 것들을 코치했다. 뛰어난 운동신경을 발휘하는 것이다. 다리를 활용한 하반신의 사용, 1루까지 제대로 된 방향을 잡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정재호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