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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의 스포츠人] “2036 전주올림픽, IOC 모델에 딱 부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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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3. 18. 18:03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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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원장./ 사진=장원재
아시아투데이 장원재 선임 기자 = 전주가 서울을 이겼다. 2036년 올림픽 국내 예선전이다. 전주의 유치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윤강로(68) 국제스포츠외교원장을 만나 답을 구했다. 윤원장은 IOC 쿠베르탕 메달리스트(2022)이며, 한국 최초로 IOC 실사평가위원(2008 올림픽)을 지내는 등 국내인사로는 IOC 내부 사정에 가장 정통한 인물이다. 4월 초 바흐 위원장과 독대가 잡혔다는 소문도 인터뷰를 청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 전주가 이겼다.

"경천동지(驚天動地)할만한 일이다. 손이 가고 발이 가고 마음이 가고, 정성이 들어가야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옛 교훈을 증명해 준 전북 전주의 쾌거라고 생각한다."

- 체육인들은 투표 당일 두 도시 간의 적극적 의지에 차이가 보였다고 한다.

"제가 들은 바로는 4시에 프레젠테이션이 시작이었다. 전북지사와 전북 팀은 2시에 미리 도착해서 유권자인 투표권자들한테 악수도 하고 덕담도 건네는 등 젠틀하면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고 한다. 반면에 서울은 시간에 늦은 건 아니지만 정시에 도착해서 행사를 치르다보니 현장에서의 스킨십이 좀 부족했다는 느낌이다."

- 투표 전 예측은 서울의 완승이었다.

"말씀처럼, 누가 봐도 서울이 대세였다. 그래서, 서울 유치단이 이런 점을 조금 소홀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라고 본다."

- 전주가 올림픽을 유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전주가 내세운 제안은 참 좋다. 왜냐하면 충청도에서 2027년에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개최하지 않나. 그 경기장을 활용하고,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열었던 대구 스타디움도 활용하면 IOC가 원하는 '지방분권', '기존 시설 활용' 등 지속 성장가능성 모델에 딱 부합한다. 기본 아이디어는 좋지만, 유치전이라는 사각의 정글에 가면 사정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뭔가 비책을 세워야 하리라고 본다."

- 어떤 비책이 있나.

"전북지사가 이미 이웃 인접 도시들과 협력 개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곤란할 수 있겠지만, 만약 국제경쟁력을 생각한다면 서울과 전주가 함께 하는 것이 여러 면으로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 왜 그런가.

"그래야 인지도 면에서 국제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전주만 가지고는 IOC나 국제사회에서 승부를 걸기 어렵다. 전주는 IOC 기준으로는 존재감이 뚜렷하지 않은 도시다. 잘 모르는 도시에 올림픽 유치권을 주지 않는 관행이 있기에 전주 단독으로는 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다."

- IOC는 올림픽을 국제적으로 이름난 대도시에서만 개최했다. 이유가 있나.

"리스크 때문이다. 검증되지 않은 도시에서 올림픽을 하면, 만에 하나 대회 운영에 차질을 빚는 경우 모든 책임을 IOC가 전적으로 감당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대도시라면, 일이 어긋나도 대도시 책임이다."

- 그래서 평창도 3번째 도전에서야 비로소 성공한 것인가.

"동계올림픽은 특성상 하계올림픽에 비해 유치 도시의 규 모가 작다. 평창은 처음엔 'IOC 위원 마음속의 스포츠 지도'에 올라 있지 않았다. '평창'을 '평양'으로 오인한 위원이 있을 정도였다. 유치전을 거듭하면서 인지도도 생기고 정성을 보인 모습이 통했다."

- 정성을 보였다면.

"로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평창은 유치 신청 이후 세계선수권대회나 국제대회를 유치하고 동계스포츠 불모지 청소년들을 초청해 캠프를 열었다. IOC에 호소할 수 있는 근거를 차근차근 만든 것이다. 전주가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한 실적이 거의 없다는 것도 문제다. 그런 경험을 쌓아야 IOC의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다. 유치 도시를 결정할 때, 스포츠 이벤트를 열마나 개최했느냐가 큰 기준이 될 것이다. 비교우위가 없다면, IOC는 검증받은 대도시에서 올림픽이 열리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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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강릉올림픽 기념관에서 윤강로 원장이 기증한 물품의 설명을 듣는 바흐 위원장./ 사진제공=윤강로
- 대도시에서 올림픽을 여는 것은, IOC가 올림픽이라는 브랜드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내리는 결정이라고도 볼 수 있나.

"그렇다. 왜냐하면 지금 IOC 탑 파트너가 15개가 있었는데 토요타, 파나소닉 등 일본의 3개 회사가 떨어져 나갔다. 중국 기업이 하나 들어와서 13개 탑 파트너를 유지하고 있기는 한데, 세계적 규모의 파트너십들이 왜 IOC를 후원하겠나. 후원금액은 추정컨대 4년에 1,500억 원에서 2천억 원 사이다. 현금 플러스 현물이다. 그만큼 광고, 홍보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기에 후원하지 않겠나. 후원사들도 세계적 대도시 개최를 선호한다."

- 후원사의 입김도 무시할 수 없겠다.

"후원사가 줄고 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이겠나. 후원사의 경제적 문화적 이익을 보장하려면 아무래도 인구가 수백 만은 넘는 대도시에서 올림픽이 열려야 하는 것이다. 개죄지 선정에는 이런 여러 가지 눈에 보이지 않는 제약 조건들이 있다."

- 중동의 오일머니는 스포츠 이벤트 유치에 열심이다.

"하지만 중동에는 IOC가 원하는 규모의 대도시가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전주는 언더독이다. 겉으로 보이는 조건만이 아니라, 판단에 큰 영향을 끼치는 '안 보이는 조건'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한다."

- 전주가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전제를 깔고 말씀드린다. 대승적으로, 서울 전주 올림픽을 제안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한다."

- 전주 서울 올림픽이 아니고 왜 서울 전주 올림픽인가.

"전주 서울보다는 서울 전주가 좋다. 국제무대에서 승리 가능성을 높이려면 가장 널리 알려진 브랜드인 '서울'을 활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전주 나름대로 여러 가지 필살 비책을 세워서 유치전에 나서야 한다."

- 필살 비책이 있나.

"얼마 전 김관영 전북지사를 만났을 때 약간 얘기해 준 것이 있다. 무슨 얘기였는지는 공개하기 어렵다."

- IOC 바흐 위원장과 조만간 독대한다고 들었다.

"어떻게 아셨나. 바흐 위원장과는 오랜 교분이 있다. 2018년부터 꾸준히 교신을 해왔다. 바흐 위원장이 오는 6월 24일 신임 IOC 위원장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한다. 신임 위원장 선거는 3월 20일이다. 임기 마치기 전에 여러 가지 못다한 얘기들을 같이 나누자고 해서 4월 2일에 IOC 본부에서 만나기로 했다."

- 제가 입수한 공문을 보니 단독으로 오라는 내용이 있다.

"한마디로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해석한다. 혼자 오라고 했으니 혼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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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강로 위원장은 4월 초 바흐 IOC 위원장과 독대할 예정이다./ 사진제공=윤강로
- 독대 자리에서 전주올림픽 얘기도 나오나.

"그건 제가 하는 것이 아니다. 그쪽에서 물어보면 제가 자연스럽게 답하고, 혹시 좋은 팁이 있으면 공유할 생각이다."

- IOC 위원장을 만나서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는 없나.

"바흐 위원장은 독일 사람 아닌가. 남북 분단 문제에 관심이 많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전후로 김정은도 만났고, 남북이 스포츠를 통해서 화해 협력하고 이를 바탕으로 통일까지 갈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걸 어떻게 추진하면 좋을지 제가 이야기한 것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프로젝트를 매듭지으러 가려고 한다."

- 2036년 개최지 선정 시기는.

"빨라야 2026년 후반, 늦으면 2027년 IOC 총회가 될 수도 있다. 개최지 선정은 신임 IOC 위원장이 주도할 것이다. 지금처럼 개최도시 선정위원회가 주도할 수도 있고, 옛날 방식으로 IOC 총회에서 경선할 수도 있다. 지금 방식과 옛 방식을 절충해서 총회 결선투표로 갈 수도 있다."

- 전주올림픽 유치단에게 조언한다면.

"전북 전주는 역사와 문화가 풍부한 도시다. 정말 여러 가지 장점이 많은 도시라는 점이 강점이지만, 아직 글로벌화가 충분히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다. 이 약점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올림픽 유치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IOC가 원하는 바를 우리 여건에 맞게 설득력을 갖춰서 제안하는 것이어야 한다. 단순한 홍보전이 아니다. IOC와 직접 만나서 비전, 컨셉, 레거시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

-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달라.

"다른 유치경쟁 도시를 뛰어넘는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서울이라든지 그런 글로벌한 도시와 연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건 전북 도민들의 의지와 결단이 있어야 하는 사항이라 제가 이래라 저래라 말씀을 드릴 수 없다. 그래도 전주만의 비책을 세워서 유치전에 뛰어든다면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장원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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