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역서 2022년 울진, 올해 LA와 유사한 양상
봄철 건조한 날씨, 강풍, 낮은 강수량 겹치면 피해규모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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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산림청 최근 10년간(2015~2024년) 통계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연간 산불의 55.5%가 3~5월 봄철에 발생했다. 그 중 3월 산불의 비중은 전체 25% 이상으로, 연간 산불의 4분의 1 가량이 한 달 사이 발생하는 셈이다.
역대 국내 산불 중 최대 규모로 꼽히는 경북 울진 지역 산불 역시 봄철에 발생했다. 울진 산불은 당시 건조특보와 함께 시속 97㎞의 강풍이 불어 화재 규모가 급속도로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울진·삼척 산불은 화재가 난 후 주불진화 완료를 선언하기까지 9박 10일이 걸렸다. 당시 태운 산림은 서울 남산 면적(295㏊)의 무려 55배에 달하는 1만6302㏊나 됐다. 올해 1월 발생한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도 당시 적은 강수량으로 소화수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LA의 경우 2024년 2월 역대 최대 규모의 폭우가 쏟아진 뒤, 봄부터 가뭄이 시작돼 그해 12월까지 8개월 동안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지표면이 바짝 말라 있었던 것이다.
지난 21일부터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다. 이들 지역의 올해 2~3월 강수량은 평년보다 밑돌았다. 시속 90㎞ 이상의 강풍도 지속됐다. 특히 산간 지역이 많아 공중진화가 필수적인데 강풍으로 인해 헬기 운용도 어려워 진화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산불의 근본적인 원인은 지구 온난화로 수분 증발량이 많아진 탓이다. 유엔에 따르면 기온이 1.5도 상승하면 산불 발생 위험이 8.6%, 2도 상승하면 13.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이 높으면 지표면과 수목에서 대기로 빠져나가는 수증기량이 많아져 불이 붙기 좋은 환경이 된다. 전 지구적 기온은 높아지는데, 습도는 줄어들고, 바람 세기는 증가하면서 산불을 확대시키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유엔은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2050년까지 연평균 산불 발생 건수가 현재보다 최대 30%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산불은 건조한 날씨, 산간 지역 등 특정 조건에서 발생 위험이 높다. 이 같은 조건이면 여러 권역에서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며 "산불 위험이 높아진 권역에는 평소보다 감시·대응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