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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포커스] 20여 년 한화 승계구도 완성… 지배구조 개편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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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승인 : 2025. 04. 01. 17:55

김승연 회장, 지분 증여하며 마침표
김동관부회장, 차기총수 등극 전망
에어로 지분 매입 '책임경영' 의지도
김동원·동선 독립경영땐 정리 필요
2005년, 한화그룹 정보통신서비스 전담 자회사 한화S&C(현 한화에너지) 지분을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매입한다. 승계 작업의 시작이다. 이후 20여 년간 대규모 인수합병, 그룹 내부의 스몰딜이 이어졌고 김승연 회장이 본인의 ㈜한화 지분까지 증여하며 승계 구도를 완성했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방산·에너지 중심 사업을 총괄하며 차기 총수로 올라서는 그림으로 승계 구도는 굳혀졌다. 다만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삼남 김동선 한화 부사장이 각각 금융과 유통 등에 대한 독립경영을 추진한다면 어느정도의 분리가 필요해 아직 정리 작업이 남았다. 또 옥상옥 구조인 한화에너지→㈜한화→계열회사 체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당장은 한화에너지와 ㈜한화 합병이 없다고 단언했지만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어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를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등 한화그룹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날 김승연 회장이 ㈜한화 지분 증여로 승계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에 따른 상향조정으로 풀이된다.

앞서 시장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및 한화에너지로부터의 오션 지분 취득 등을 두고 승계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의혹이 이어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 지분 추가 취득을 위해 김승연 회장 세 아들의 개인회사인 한화에너지에 약 1조3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인데, 이를 활용해 ㈜한화 지분을 매입해 결국 김 회장 아들들의 지배력을 높이려는 것 아니냔 지적이다. 지난해 한화에너지는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고려아연으로부터의 매집으로 ㈜한화 지분을 확대한 바 있기도 하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금 조달을 위해 시장에서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회사는 추가 투자 등을 염두에 둔 행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선 승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했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은 증여를 서둘러 결정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시급하고 절실한 대규모 해외 투자 목적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를 승계와 연결시키는 억측과 왜곡은 불식될 것"이라며 "또 지분 증여에 따른 승계 완료로 '㈜한화-한화에너지 합병을 위해 ㈜한화의 기업가치를 낮춘다'는 오해가 바로 잡히고,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의구심도 해소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김동관 부회장은 확실한 후계자로 자리매김했다. 김 부회장은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식 30억원 어치(4560주·0.1%)를 매입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유상증자를 통한 사업 확장 계획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결국 김 부회장을 중심으로한 한화그룹의 승계 그림은 20년만에 완성됐다. 2005년 설립된 한화S&C를 김 부회장이 50%, 나머지 두 아들이 25%의 지분율로 매입하면서부터 지배력 차등을 두며 확실히 김 부회장에게 '차기 총수' 포석이 깔려있었다는 분석이다.

2001년 출범한 한화S&C는 2005년 김 회장 세 아들이 지분을 전량 매입한 이후, ㈜한화 지분을 꾸준히 매집하고 여러 빅딜에 참여하며 몸집을 불렸다. 사업분할을 통해 에이치솔루션이 출범, 한화에너지·한화S&C 등을 산하에 두고 있던 구조에서, 한화S&C는 한화시스템과 합병해 이름을 바꿔달았고 에이치솔루션도 한화에너지에 흡수합병되면서 현재의 한화에너지가 됐다.

한화에너지가 사실상 한화그룹 지배구조 최상위에 있는 현 상황에서 김승연 회장의 ㈜한화 지분 절반까지 세 아들이 수증하며 승계 작업은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아직 과제는 남아있다. 일단 옥상옥 구조에 대한 지적이다. 한화그룹은 당장은 한화에너지와 ㈜한화 합병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으나, 현 구조가 지속되면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어서다.

아울러 한화에너지를 세 아들이 공동으로 지배하는 만큼 언젠가는 분리도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김동관 부회장이 차기 그룹 총수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나,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김동선 한화 부사장도 각자 사업영역을 나눠 독립 경영을 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앞서 김동선 부사장은 갤러리아 지분을 공개매수하며 독립경영 의지를 드러낸 바 있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SK그룹의 사례처럼 한 지붕 아래서 중간지주사를 통해 각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택할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이번 증여에 따른 세금은 60%에 이르러, 2000억원을 뛰어넘는 규모가 될 전망이다. 최근 한화 주가가 낮아지긴 했으나 증여 전후 2개월간의 시가 평균액으로 산정하게 된다. 한화그룹은 김 부회장 등이 사재 출연 및 주식담보대출 등으로 증여세를 약 5년에 걸쳐 납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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