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쇼핑에서만 그린워싱 관련 품목 3만4000개
모든 브랜드로 확대 적용할 가능성에 업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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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신성통상과 무신사에 대해 부당한 광고행위로 경고 조치를 내렸다.
신성통상의 패션 브랜드 '탑텐'과 무신사의 '무신사 스탠다드'에서 만든 인조가죽 제품이 친환경적 요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품명에 '에코레더'라는 표현을 넣은 게 부당한 광고라는 게 공정위의 지적이다. 신성통상의 경우 탑텐 브랜드 상품에 대해 에코레더 표현을 광고 소재로 적극적으로 사용한 반면, 무신사는 무신사 스탠다드 상품페이지가 아니라 상품 검색 시 노출되는 연관검색어 활성 기능인 '해시태그'에만 적용해 경고를 받았다.
해당 업체들은 인조가죽이 동물 학대 없이 생산되는 소재로서 동물을 보호한다는 점을 소명했으나, 공정위는 "생산 외에도 폐기까지 환경적 요소들 전반에 모두 도움이 되어야만 에코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이나 기업의 활동을 친환경적인 것처럼 표현하는 소위 '그린워싱'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이번에 에코레더 이슈로 그린워싱을 지적한 기업은 일단 2곳이다. 하지만 수천여 개 브랜드에서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다양한 패션 브랜드를 취급하는 온라인 유통 플랫폼에서도 상당히 많은 문제 제품이 발견된다. 예를 들어 네이버 쇼핑 서비스 '네이버 플러스스토어'에서 '에코레더'를 검색하면 상품 숫자만 3만4000여개에 달한다.
쿠팡·SSG닷컴·11번가·지마켓 등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대부분에서 에코레더 상품은 수두룩하게 입점돼 있다. 패션 플랫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W컨셉에서 에코레더를 검색하면 2500여 개 상품이 등장하고, 에이블리에서도 1700여 개 에코레더 상품이 등록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션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이번 '에코레더' 그린워싱 문제를 다른 브랜드로 확대 적용할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모든 국내 패션업계에 대해 '현미경 잣대'를 들이댈 경우 산업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단순히 온라인상에서 상품 상세 페이지 내에 상품명과 소개 내용 글을 수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케어라벨, 가격 택(tag) 등 생산 및 판매 과정에서 필요한 부자재를 모두 갈아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규모가 큰 브랜드라면 비즈니스를 지속하기 위해서 이 정도의 추가 비용을 감내할 수 있겠지만, 영세한 중소 브랜드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린워싱 이슈 대응을 위해 개별 기업과 브랜드들의 자발적인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무신사는 지난해 공정위로부터 조사를 받으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체적으로 그린워싱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패션 상품 생산과 마케팅 과정에서 그린워싱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유의해야 할 표현 등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무신사는 이 가이드라인을 자체 브랜드에 우선 적용한 뒤 8000여 개의 입점 브랜드를 대상으로 전달하고 수시로 교육과 모니터링을 진행할 예정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브랜드들이 정부 조사의 첫 번째 타깃이 된 상황에서 다른 브랜드들도 그린워싱 주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뜩이나 소비 위축으로 패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어려움이 가중되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