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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미국 농산물 수입 급감...트럼프 지지층 농가 타격...브라질 어부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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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04. 21. 06:48

125% 관세 부과 전인데도 미국산 농산물 중국 수입 급감
中, 대두 수입 미국산서 브라질산 대체
中, 브라질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 대두 대량 수입 체제 구축
BRAZIL-SOYBEANS/TRUMP
브라질 농부가 11일(현지시간) 브라질 최남단 리오그란데두술주(州) 라고아 도이스 트레이스 칸투스의 한 농장에서 콤바인으로 대두를 수확하고 있다./로이터·연합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농가 피해가 가시화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가 20일 발표한 3월 무역통계(미국 달러화 기준)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최대 수출 품목에 속하는 대두 수입이 전년 동월 대비 10% 감소했다. 미국산 밀·옥수수 수입은 90% 이상 줄었고, 닭고기는 80%, 쇠고기는 20%, 면화는 90%, 각각 감소했다.

◇ 125% 관세 부과 전인데도 미국산 농산물 중국 수입 급감...중국, 대두 수입 미국산서 브라질산 대체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2월과 3월 중국산에 각각 10%씩 총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해 중국이 미국산에 10~15%의 보복 관세로 대응한 탓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에 총 145%의 관세를, 중국이 미국산에 1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전쟁을 확대함에 따라 미국 농가의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확실시된다.

특히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출액의 약 9%에 해당하는 128억달러(18조2300억원)어치(2700만t 이상)를 수출한 대두 농가의 피해는 중국이 브라질·아르헨티나산으로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어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미국 대두 수출의 절반 이상이 중국으로 향했지만, 중국 보복 관세의 영향으로 가격이 135%나 상승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방어벽(bulwark)이 미국산 제품의 르네상스(부활)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하지만, 수천명의 대두 농부들은 그 과정에서 미국 농업이 황폐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브라질·아르헨티나 대두 농가를 돕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ARGENTINA-GRAINS/
아르헨티나 농부가 2024년 5월 15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 외곽 페르가미노의 농장에서 대두를 수확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NYT "트럼프 관세, 미국산 르네상스 대신 브라질·아르헨 대두 농가 지원"

브라질과 미국, 그리고 아르헨티나는 세계 3대 대두 생산국이다. 지난해 전 세계 대두 생산량은 브라질(40%)·미국(28%)·아르헨티나(12%)·중국(5%)·인도·파라과이(이상 3%)·캐나다·러시아·우크라이나(이상 2%) 등의 순이다.

브라질 최대 대두 생산지인 마투그로수주(州)의 주요 생산업체인 지라소우 아그리콜라(Girassol Agricola)의 네우자 로페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에서 대두를 구할 수 없게 되면 브라질에서 더 많이 수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업체가 생산한 대두는 대부분 중국으로 수출된다.

대두 시장은 거래업자·해운사·선물 계약 등 복잡한 그물망으로 얽혀 있어 가격 변동이 심한데,지난주 남미산 대두 가격이 관세 부과의 영향으로 상승했다고 NYT는 전했다.

로페스 CEO는 130파운드(59kg)짜리 대두 자루 가격이 지난달보다 10% 오른 21달러(3만원)에 판매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미 브라질은 중국의 최대 대두 수입국으로 2023년 400억달러(57조원)어치를 수출했다. 대두뿐 아니라 옥수수·쇠고기·돼지고기의 중국 수출도 미국을 넘어섰다.

지난해 중국의 연간 브라질산 대두 수입량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제1차 미·중 무역전쟁 발발 전인 2017년 대비 35% 증가한 7250만t인 반면, 미국산은 14% 감소한 2700만t에 머물렀다.

COFCO-BRAZIL/JOBS
1월 31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주 산토스항에 위치한 대두 저장 및 수출을 위한 중국 국영 식품 기업 중량(中粮)그룹(COFCO)의 국제 터미널 STS11 건설 현장./로이터·연합
◇ 中, 브라질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 대두 대량 수입 체제 구축
NYT "무역전쟁 미 농가 피해 보상, 정부 구제금융"

미국 농가에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중국의 브라질산 대두 대량 수입이 무역전쟁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창고·철도·항구 등 브라질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해 브라질산 대두 수입량을 확대할 체제를 구축해 왔다.

올해 브라질 산투스의 남미 최대 항구에 거대한 선박 터미널이 개장했는데, 5억달러(7100억원)에 육박하는 이 프로젝트 배후에 중국 최대 국영 식품 기업 중량(中粮)그룹(COFCO)이 있다고 NYT는 전했다.

중국과 브라질은 최근 관계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농업부 차관과 브라질 농업부 최고 관리가 이번 주 만났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다음달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회담할 계획이라고 지난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룰라 대통령은 각각 대통령 선거 당선 이후 전화 통화조차도 하지 않았다.

NYT는 제1차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 농부들의 파멸을 막은 것은 230억달러(32조7500억원) 규모의 정부 구제금융 프로그램이었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의 보복 관세가 농부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이 프로그램을 다시 고려하고 있지만, 모든 손실을 보상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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