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 5000억 확보로 재무건전 강화
최태원 "AI, 글로벌 스케일로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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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성이 검증된 사업을 한 데로 모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효용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정리하는 리밸런싱 작업을 진행해 온 SK가 이번에는 반도체 소재 및 데이터사업을 SK에코플랜트와 SK브로드밴드에 넘겨 성장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청사진을 그렸다.
이번 리밸런싱으로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관련 건설 사업과 반도체 소재 분야를 강화하게 됐다.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이 주력하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 DC)에 힘을 실어줄 수 있게 됐다.
SK㈜가 SK에코플랜트에 대한 지배력을 높여 지분 가치를 극대화하고, SK C&C는 약 5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리밸런싱의 효과로 꼽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CEO 세미나에서도 리밸런싱과 AI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수한 AI DC를 만들어 그룹 AI 사업을 글로벌 스케일로 확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정도 재무구조 개선을 넘어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3일 SK㈜는 사내독립기업(CIC)인 SK머티리얼즈와 SK C&C가 보유한 반도체 소재, AI 인프라 사업을 각각 SK에코플랜트와 SK브로드밴드에 집중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날 진행된 이사회 의결에 따라 SK㈜는 SK머티리얼즈 CIC 산하의 자회사 SK트리켐(65%), SK레조낙(51%),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51%)의 보유 지분을 SK에코플랜트에 현물출자한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에 대해서는 SK에코플랜트와 포괄적 주식교환을 진행한다. 이렇게 되면 SK㈜가 보유하던 기존 SK에코플랜트의 지분은 62.1%에서 65.9%로 증가하게 된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에센코어와 SK에어플러스를 자회사로 편입한 데 이어 이번에 SK머티리얼즈 산하의 반도체 소재 자회사 4곳을 추가로 품게 됐다.
또한 SK㈜ 이사회는 SK C&C가 보유한 30메가와트(MW) 규모의 판교 데이터센터를 SK브로드밴드에 약 5000억원에 매각하는 안건을 함께 의결했다.
SK브로드밴드는 SK C&C의 판교 데이터센터 인수로 가산, 서초, 일산 등 총 9개 데이터센터를 확보하게 됐다. SK브로드밴드는 IPTV 등을 제공하는 미디어 사업과 초고속 인터넷, 전화, 데이터센터 등을 제공하는 유선통신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 중 데이터센터는 AI DC 등 새로운 기술을 통한 신규 서비스들이 출현하면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부문이다. 데이터센터는 시장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회선 기반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해당 자산이 확충될수록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내는 데 유리하다.
SK C&C는 대규모 현금을 확보하게 된 만큼 추후 AI, 클라우드 서비스 등에 투자할 여지도 생겼다.
SK㈜ 관계자는 "자회사들의 성과가 지주사 가치에 직결되는 만큼 중복 사업은 과감하게 통합하고 시너지를 도출하는 등 자회사 지분 가치를 끌어올림으로써 지주사의 기업가치를 높이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자회사 성장을 주도하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 등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지주사 본연의 역할들을 적극적으로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