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D램·HBM 등 주요 타깃
"관세 혈실화 경우 가격 경쟁 상실 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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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일부 언론과 보호무역 강경파들 사이에서는 '최대 200%' 관세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의약품에 대해 이달 말부터 낮은 관세를 부과하고 1년 후에는 매우 높은 관세를 적용할 것"이라며 "반도체에도 비슷한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관세율이나 부과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백악관의 공식 입장이 아닌 정치권 일각의 주장이지만 당초 25% 수준을 예상했던 것 보다 관세 규모와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국내 기업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낸드플래시, D램, HBM 등이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생산거점을 미국으로 옮기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단기간에 미국 생산 비중을 늘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관세가 현실화되면 가격 경쟁력 상실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대부분의 메모리 제품을 국내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어 대응 여력이 제한적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관세 논의가 단순한 무역장벽이 아니라,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의 미국 현지 생산 확대와 원재료 현지화 압력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은 107억 달러(약 14조9000억원)로 전체 수출의 8.3%를 차지했다. 반도체는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품목 가운데 2위를 차지할 만큼 핵심 수출품이다.
한국산업연구원은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한 고율 관세가 실제로 적용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로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는 상호 관세 부과 시한인 8월 1일을 앞두고 미국과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