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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미얀마 ‘사기 소굴’ 스타링크 2500대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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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0. 23. 13:03

Myanmar Scam Centers <YONHAP NO-0572> (AP)
지난 19일 미얀마 카렌주 미야와디 KK 파크 급습 현장. 미얀마 군인들이 압수한 스타링크 장비 뒤에 서 있다/AP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미얀마 국경 지대의 악명 높은 사이버 사기 범죄 소굴에 공급되던 자사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 단말기 수천 대를 차단하는 전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는 미얀마 사기 센터들의 스타링크 불법 사용 실태가 알려진 데 따른 후속 조치로 보인다.

23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로렌 드레이어 스페이스X 스타링크 사업 운영 부사장은 전날 자신의 X(엑스·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미얀마 내 '사기 센터'로 의심되는 지역 근처의 스타링크 키트 2500개 이상을 비활성화했다"고 밝혔다. 다만 정확히 언제 서비스가 차단되었는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앞서 AFP는 이달 초 미얀마 군부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는 태국과의 국경 지대에 위치한 대규모 사이버 사기 센터들이 지난 2월 태국 정부의 인터넷 및 전력 공급 차단 조치 이후에도 스타링크 단말기를 지붕에 빼곡히 설치하여 불법적인 범죄 네트워크를 계속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사기 센터들은 2021년 미얀마 쿠데타 이후 계속되는 내전 상황 속에서 군부와 결탁한 소수민족 민병대들의 비호 아래 번성해왔다. 이들은 허위 구인 광고로 외국인들을 유인해 감금·폭행하며 '돼지도살'과 같은 온라인 사기 범죄에 강제로 동원하는 '현대판 노예' 수용소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공교롭게도 스페이스X의 발표는 미얀마 군사정권이 최근 가장 악명 높은 사기 센터 중 하나인 KK 파크를 급습했다고 발표한 직후에 나왔다. 미얀마 군부는 이 급습을 통해 2000명 이상을 체포하고 스타링크 단말기 30세트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부가 압수한 30세트의 단말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이란 지적이 잇따르며 군부의 단속이 제한적이고 보여주기식에 그친다는 의혹이 뒤따르고 있다.

AFP는 군부의 급습 발표 다음 날인 22일에도 KK 파크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도보나 오토바이, 픽업트럭 등을 이용해 빠져나가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 노동자는 AFP에에 "오전 10시경 미얀마 군인들이 트럭 4대에 나눠 타고 우리 구역에 도착했다"며 단속이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미얀마 군부의 이번 단속과 스페이스X의 서비스 차단 조치가 중국의 강력한 압력의 결과라고 분석한다. 중국은 자국민들이 미얀마 사기 범죄의 주요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지난 2월부터 미얀마 군부에 강력한 단속을 요구해왔다.

군부에게 중국은 정권 유지를 위한 군사적 후원자이기에 그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군부는 국경 지역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소수민족 민병대들이 사기 센터 운영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는 것을 묵인해주며 이들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네이선 루서 호주 전략정책연구소(ASPI) 분석가는 "(군부는) 민병대들을 부유하게 해 줄 필요가 있지만, 동시에 중국으로부터의 압력도 받고 있다"면서 군부가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형식적인 조치를 취하는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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