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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아세안 구애…무역·광물협정 체결, “아세안과 100% 함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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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0. 27. 08:06

MALAYSIA-ASEAN-DIPLOMACY <YONHAP NO-5815> (AFP)
2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13차 아세안-미국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다섯 번째)과 아세안 정상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미국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향해 고율의 '관세 폭탄'을 터뜨린 지 불과 몇 달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무대에 서서 "미국은 동남아와 100% 함께 할 것"이라는 강력한 구애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관세 부과 대상국인 말레이시아·태국·캄보디아·베트남과 연달아 무역 협정을 체결하면서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사용하는 특유의 외교 스타일을 다시 한번 선보였다.

2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막한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2015년 버락 오바마 이후 10년 만에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아세안 정상들과 마주 앉았다. 그는 2017년 필리핀 회의 이후로는 처음으로 아세안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하면서 임기 1기 때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동남아시아에 대한 달라진 관심을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서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우리의 메시지는 미국이 여러분과 100% 함께하며, 앞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강력한 파트너이자 친구가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미국의 황금기"라며 "태평양 양쪽의 모든 국가를 위해 놀라운 번영을 함께 만들어 갈 것"이라고 역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에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극진히 환대하면서 "미국과 동남아의 역동적인 경제는 우리 모두에게 황금기를 창출할 잠재력이 있다"고 화답했다. 양측의 교역액은 지난해 4530억 달러(652조 2294억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미국의 '관세'라는 불편한 현실은 계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의를 계기로 말레이시아·캄보디아와 상호 무역 협정을, 태국·베트남과는 기본 무역 협정을 각각 체결했다.

백악관이 발표한 공동성명에 따르면 이번 협정에도 불구하고 말레이시아·태국·캄보디아에 대한 기존 19%의 관세율은 유지된다. 베트남에 대한 20% 관세율 역시 그대로다. 다만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율을 0%로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기로 했다.

결국 미국은 아세안 전체를 압박하는 고율 관세는 유지하면서도 개별 국가들과의 협상을 통해 일부 숨통을 틔워주는 방식으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특히 작년 대미 무역 흑자가 1230억 달러(177조 954억 원)에 달했던 베트남은 이번 협정에서 미국산 제품 구매를 대폭 늘리겠다고 약속하며 미국의 압박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말레이시아·태국과 각각 체결한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협정'이다. 이는 반도체·전기차군사 장비 등에 필수적인 희토류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이를 무기화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노골적인 견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이번 협정을 통해 핵심 광물이나 희토류 원소의 대미 수출을 금지하거나 쿼터를 부과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이는 말레이시아가 자국 내 희토류 가공 산업 육성을 위해 '원자재 형태의 희토류 수출을 금지'해 온 기존 정책 기조와 배치될 수 있는 내용이어서 주목된다. 다만 이번 약속이 원자재에 적용되는지, 가공된 희토류에 적용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말레이시아는 또한 미국산 공산품과 농산물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시장 접근 우대를 약속했다. 텡쿠 자프룰 아지즈 통상장관은 항공우주 장비·제약·팜유·고무 등에 대한 관세 면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태국 역시 미국산 공산품 및 농산물 거의 전체(약 99%)에 대한 관세 장벽을 철폐하고, 미국 기업의 통신 분야 투자에 대한 외국인 소유 제한을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연간 26억 달러(약 3조 7435억 원) 규모의 미국산 사료용 옥수수·대두 구매 △188억 달러(약 27조 682억 원) 규모의 미국 항공기 80대 구매 △연간 54억 달러(약 7조 7744억 원) 규모의 LNG·원유 구매 등 대규모 '선물 보따리'를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지난 7월 유혈 충돌을 빚었던 태국과 캄보디아 간의 강화된 휴전 협정 서명식을 주재하는 등 외교적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환영만 받은 것은 아니었다. 회의장 인근 암팡 공원과 독립광장 등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트럼프 행정부의 노골적인 친(親)이스라엘 행보와 가자지구 사태 장기화에 항의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허수아비에 신발을 던지기도 했다. .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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