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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숙’ 인도-중국, 5년 만에 하늘길 다시 연다…美 압박 속 ‘데탕트’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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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0. 27. 13:34

FILES-INDIA-CHINA-DIPLOMACY-AVIATION <YONHAP NO-5388> (AFP)
지난 8월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중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자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인도와 중국 사이를 가로막았던 하늘길이 5년 만에 다시 열린다.

AFP는 26일(현지시간) 인도 최대 민간 항공사인 인디고 항공기가 콜카타를 출발해 중국 광저우로 향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0년 이후 전면 중단됐던 양국 간 직항 노선 운항이 공식 재개됐다고 보도했다. 26일 밤 10시 콜카타를 출발한 인디고 항공의 광저우행 첫 비행을 시작으로 오는 11월부터는 수도 뉴델리와 상하이·광저우를 잇는 노선도 추가될 예정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월 500편에 달했던 항공편 수가 단절 5년 만에 다시 복원되는 것이다.

양국 간 직항 노선 운항 재개는 이는 단순히 하늘길이 다시 열리는 것을 넘어 2020년 히말라야 국경에서 벌어진 유혈 충돌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던 양국 관계가 조심스럽게 해빙기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상징적 조치다. 특히 최근 미국의 강력한 관세 압박에 직면한 인도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려는 지정학적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와 중국 간의 직항 노선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 초 중단됐다. 이후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은 것은 같은 해 6월, 양국 군대가 국경 분쟁 지역인 라다크 갈완 계곡에서 몽둥이 등을 들고 충돌해 인도군 20명·중국군 4명 등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부터다. 핵보유국인 양국 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하늘길 복원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하지만 최근 양국 관계에 미묘한 변화의 기류가 감지됐다. 지난해 러시아에서 열린 정상회담과 올해 8월 중국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잇따라 만나 관계 개선 의지를 확인했다.

인도 정부는 이번 직항 재개에 대해 "인적 교류를 증진하고 양국 교류의 점진적인 정상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번 직항 재개는 양국의 경제적 필요성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인도는 산업 및 수출 성장에 필요한 원자재를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교역 규모에서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직항 노선 중단은 물류 비용 증가와 시간 지연을 야기하며 인도 산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인도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AFP에 "직항 연결은 물류 및 운송 시간을 단축시켜 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인도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인도의 대중국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 이상 급증했고 수출액 역시 34% 증가하는 등 양국 교역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경제적 요인을 넘어선 지정학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 등을 문제 삼아 50%에 달하는 '관세 폭탄'으로 인도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이 인도를 중국 견제를 위한 핵심 파트너로 삼으려 했던 기존 전략과는 상반된 행보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은, 미국의 압박에 맞서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고 경제적 활로를 모색하려는 균형 외교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인도의 한 유력 영자신문은 사설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워싱턴에 적절한 신호를 보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물론 이번 직항 재개가 양국 관계의 완전한 정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3500km에 달하는 분쟁 국경 지대에는 여전히 양국 군대가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도는 미국·일본·호주와 함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안보 협의체 쿼드(Quad)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막대한 무역 적자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은 숙제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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