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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굴욕, 마도로 불리면서 청년들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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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5. 10. 27. 14:09

원래 상하이는 청년들의 로망 도시
그러나 경제 불황에 악마의 도시 전락
청년 대탈주 당분간 지속 가능성 농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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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황푸구 신톈디에 최근 마련된 한 취업 박람회. 그러나 취업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해야 한다. 청년들이 상하이 엑소더스에 나서는 원인은 바로 이런 현실에 있다./신징바오(新京報).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경제 수도로 불린 상하이(上海)가 과거 경험해보지 못했던 경제 불황으로 인한 일자리의 태부족 탓에 마도(魔都·마귀의 도시)라는 치욕스러운 별명으로 불리면서 청년들의 엑소더스를 부추기고 있다. 그야말로 상하이의 굴욕이라는 표현을 써도 과하지 않을 것 같다. 더구나 향후 상당 기간 이런 상황은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24년 기준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드디어 꿈의 3만 달러에 올라선 몇 안 되는 대도시 중 하나인 상하이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의 청년들에게는 완전히 로망 그 자체라고 해도 좋았다. 사회에 발을 갖 내딛는 청년들이 취업한 곳의 임금 등 여러 조건들이 수도 베이징보다 약간 떨어지더라도 뒤도 안 돌아보고 상하이로 달려가던 것이 3∼4년 전까지의 대세였다면 굳이 구구한 설명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지금은 극심한 경제 불황 탓에 상전벽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닐 만큼 달라졌다. 상하이가 언제 '꿈의 공장'으로 불렸는지를 의심하게 할 만큼 다른 곳에서 직장을 구하려는 청년들의 탈주가 대유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젊은이들의 거리로 유명한 황푸(黃浦)구 신톈디(新天地) 등의 번화가가 최근 눈에 두드러지게 활력을 잃은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심지어 평일 오전에는 텅텅 빈 느낌마저 주는 것이 과연 이곳들이 상하이의 핫플레이스였는지를 의심하게도 만든다. 마도라는 과도한 표현이 동원되는 것이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한다.

이처럼 청년들의 엑소더스를 상하이의 뉴노멀로 만들어버린 경제 불황이 어느 정도인지는 역시 MZ세대의 실업률이 잘 말해준다. 전국 평균인 18% 전후보다 약 5%P 정도 더 높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게다가 취업 상태인 이들의 일자리 안정성도 상당히 낮다. 상하이의 주류 업종인 ICT(정보통신기술) 관련 업체들의 평균 정년이 최소 35세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면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알 수 있다.

여기에 상하이의 살인적인 물가까지 더할 경우 청년들이 상하이를 '꿈의 공장'이 아닌 마도로 불러도 크게 이상할 것이 없다. 특히 부동산 산업에 잔뜩 낀 거품의 붕괴로 폭락했음에도 여전히 상당한 수준인 임대료나 집값 부담은 청년들의 절망을 더욱 부치긴다고 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지지 못하거나 저임금에 허덕이게 되는 청년들의 입장에서는 엑소더스를 결행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해야 한다.

청년들의 상하이 엑소더스는 외래 상주 인구의 폭감에서도 잘 알 수 있다. 2024년에 전년 대비 무려 무려 24만 명이나 줄어들었다. 대부분이 구직의 어려움 등에 절망한 청년들이라는 사실은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다.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상하이가 마도라는 별명을 시원스럽게 벗어버릴 날이 요원하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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