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차등 범칙금 검토"…논의 본격화
강력한 법·사회적 제도 보완 요구 커져
핀란드 등 유럽국가 가중 책임 제도화
獨 대통령, 75만원 숙박비 받고 사임
|
#. 백년전쟁 당시 프랑스 칼레를 포위한 영국군은 모든 시민을 죽이는 대신 시민들이 뽑아온 6명을 대표로 처형하겠다는 조건을 내건다. 이 때 고위관료, 상류층 등 칼레의 지도층 6명이 처형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들은 스스로 밧줄을 목에 걸고 도시의 열쇠를 들고 항복해 시민들의 생명을 구했다. 지도층의 책임과 희생을 상징하는 이 사건은 '칼레의 시민'이라는 동상으로 남았으며, 오늘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대표하는 이야기로 전해진다.
사회 지도층은 사회 시스템의 가장 큰 수혜자다. 그러나 부와 권력을 가진 한국 사회의 지도층은 책임을 외면한 채 '특혜'를 불문율처럼 여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도층이 사회에 대한 '부채'를 고려하지 않고 마치 '채권자'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사회 지도층은 '불공정' 행위를 반복하는 모양새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는 국정감사 기간 자녀 결혼식을 열어 피감기관 등으로부터 축의금, 화환 등을 받은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사건을 지난 10일 경찰에 송부했다. 지난 10월엔 "돈 모아서 집값 떨어지면 사라"던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부동산 갭투자 의혹으로 사퇴했다. 이 전 차관은 불로소득 환수와 투기 억제를 주장해 온 대표적인 부동산 개혁파였다.
아시아투데이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살펴봤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권력층의 비리, 부정행위 등에 일반 서민과 다른 엄격한 기준을 들이밀고 있다. 강력한 법적·사회적 잣대가 지도층의 일탈을 막고 사회 전체의 공정성을 유지하는 '보호막'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2002년 통신장비업체 노키아의 부사장은 시속 50㎞ 구간에서 75㎞로 주행해 벌금 1억8000여만원을 냈다. 핀란드에서는 이 대통령이 언급한 '차등 범칙금 제도'가 이미 실현되고 있다. '비례범칙금제'로, 고소득자가 소액의 범칙금을 가볍게 여기고 반복적으로 법을 어기는 것을 막기 위한 법이다.
프랑스는 2013년부터 독립기관인 '고위공직자 윤리위원회(HATVP)'를 운영하고 있다. 고위공직자와 선출직 공무원의 재산과 각종 이해관계를 검토하고 위반 사례를 조사해 제재하는 기관이다. 허위신고나 불법 재산을 형성할 경우 강력한 제재가 가능하도록 법적 권한을 부여한다. 가장 큰 특징은 부정 축재나 범죄수익으로 의심되는 경우 불법성이 없다는 것을 고위공직자가 직접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의혹이 제기되면 공직자가 자신의 재산 형성 과정을 소명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부정부패로 간주될 수 있다. 이를 두고 고위공직자를 견제하는 강력하고 혁신적인 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패 척결을 위해 과감하게 개혁 법안을 통과시킨 결과물이다.
대통령이 75만원짜리 숙박비를 제공 받은 혐의로 사임한 사례도 있다. 크리스티안 불프 전 독일 대통령은 재임 중 기업인으로부터 숙박비 등을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됐다. 검찰은 직권남용·특혜 제공으로 판단해 대통령을 기소했고, 불프 전 대통령은 곧바로 사임했다. 대통령, 총리 등 최고위 공직자까지 수사를 피할 수 없던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 현행범이라 해도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체포할 수 없다.
싱가포르 역시 고위공직자에게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 응 분 게이 전 중앙 마약국(CNB) 국장은 재직 중 민간 인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접대 받은 사실이 드러나 총리실 직속 부패행위조사국(CPIB)의 수사를 받았다. 응 분 게이 전 국장은 공직자 윤리와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고 2015년 법원은 그에게 징역 6개월형을 선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