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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두 딸은 지분, 사위·처남은 경영…HL그룹 승계 작업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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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준 기자

승인 : 2025. 07. 15. 06:00

정몽원 회장 두 딸, HL홀딩스 지분 늘렸지만 아직 소량…경영 능력도 입증해야
지주사 지분 증여·추가 매수, HLD&I한라 지분 확대 등 거론
사위 이윤행 HL클레무브 CFO, 처남 홍석화 HLD&I한라 대표 역할론 부상
HL그룹 지배구조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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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그룹이 지배구조 재편에 나서며 '3세 경영'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몽원 회장의 두 딸이 그룹의 지주사인 HL홀딩스 지분을 늘리면서 사실상 승계 작업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두 딸이 보유한 지주사 지분이 극히 적고, 뚜렷한 경영 성과도 내지 못한 만큼 승계가 본격화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 회장의 첫째 사위인 이윤행 HL클레무브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처남인 홍석화 HL디앤아이한라 대표가 승계 지원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 회장의 두 딸 정지연(43)·정지수(30) 씨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HL홀딩스 주식 3만6500주씩을 매수해, 각각 1.62%에 해당하는 15만2100주를 보유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 지분이 당장 경영권에 결정적 영향력을 미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오너 일가의 지배 기반을 점진적으로 넓히려는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아울러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그룹 핵심 계열사인 HL디앤아이한라 주식 약 284만주를 HL홀딩스에 무상 증여했다. 이로써 정 회장의 HL디앤아이한라 개인 지분율은 10%로 줄었고, HL홀딩스의 지분율은 23.78%로 확대됐다. 그룹 내부에서 지주회사의 지배력을 높여 두 딸이 향후 영향력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정지연 씨는 2010년 당시 만도(현 HL만도) 기획팀에 입사해 영업팀 과장과 MDA 영업 담당 등을 지냈으나, 개인 상의 이유로 퇴사했다. 동생 정지수 씨는 HL만도에서 상무로 재직 중이다. 아직 경영 능력을 입증할 기회가 많지 않은 만큼, 승계 구도가 제대로 형성되기까지는 시기 상조로 보인다.

이들이 보유한 지주사 지분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재 1.62%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에서 2년 동안 각각 5억1340만원의 배당을 받았으나, 이 전액을 지분 매입에 투입하더라도 대규모 추가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모두 활용해도 약 1.45%포인트의 지분 확대에 그칠 뿐이다.

정 회장이 여전히 지주사 경영의 최일선에 있는 만큼, 지분 증여보다는 HL홀딩스 주식을 직접 매입해 점진적으로 보유 지분을 늘리거나, HL디앤아이한라 주식을 대거 매입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매각 수익을 지주사 지분 확보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두 딸이 보유한 HL디앤아이한라 지분도 각각 0.26%(9만7237주)와 0.05%(1만8860주)에 불과하다. 전날 장 마감 기준 HL디앤아이한라 주가(2825원)로 환산하면 지분 가치는 각각 약 2억7469만원과 5328만원 수준이다.

반면 HL홀딩스 주가는 HL디앤아이한라보다 약 15배 높은 4만3200원에 형성돼 있다. 이들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지주사 지분을 대거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셈이다. HL디앤아이한라 지분을 추가 매입한 후 기업 가치를 끌어 올려 시세 차익을 노리거나, HL홀딩스 보유 계열사 지분과 맞교환(스와핑)하는 방식 등 다양한 지분 재편 시나리오가 거론되지만, 단기간에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이 아들이 없는 만큼, 집안 남성인 이윤행 HL클레무브 CFO와 홍석화 HL디앤아이한라 대표의 역할론도 부각되고 있다.

이 CFO는 장녀 정지연 씨의 남편으로, 2022년 9월부터 HL만도 부사장과 HL만도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장을 역임하다가 올해 들어 HL클레무브 CFO로 자리를 옮겼다. 재계에서는 이 CFO가 향후 '사위 승계'의 한 축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 대표는 정 회장의 아내 홍인화 씨의 남동생으로, 정지연·정지수 씨 자매의 외삼촌이기도 하다. 그는 1993년 한라공조(현 한온시스템)에서 경력을 시작해 HL디앤아이한라 기획실장과 관리본부장 등을 거쳤다. 2022년 사장에 오른 뒤 지난해 수석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아파트 브랜드 '에피트'를 선보이며 불황 속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그의 역할을 감안할 때 유임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제기된다.

정 회장의 두 딸 입장에서는 HL디앤아이한라 기업가치 제고 기대 아래 지분을 점진적으로 늘려갈 여지가 있다. 가족이 소유권을 이전하되, 경영은 경험이 풍부한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이는 그룹이 2023년 8월부터 공식화한 '대표이사 책임경영'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다만 HL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 딸들의 지주사 지분 확대에 대해 "개인적인 지분 매수일 뿐, 승계 구도를 염두에 둔 사전 작업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전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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