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체코 원전 불공정 논란 쟁점화…“미국은 전략적 동반 관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sl1.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820010009487

글자크기

닫기

정순영 기자

승인 : 2025. 08. 20. 12:26

9000억 물품·용역, 2400억 기술 사용료
업계 “사업 규모 비해 큰 손실 아냐”
웨스팅하우스, 원전 시장 독식 불가능
“유럽 건설 참여 기회, 기술력 확보 시급”
윤석열 대통령, 한·체코 원전 전주기 협력 협약식 참석
지난 해 9월 열린 체코 원전 전주기 협력 협약식./연합뉴스
우리나라가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불공정 협약 논란이 정치권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사실상 유럽 시장을 미국에 내준 것이어서 국가 기간산업으로 밀고 있는 원전 수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미국과 불가분의 관계인 한국 팀코리아가 글로벌 원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었다는 견해와, 수출 다변화를 위한 시장 개척이 관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향후 50년간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수출 원전 1기당 6억5000만 달러(약 9000억원)의 물품 및 용역 구매 계약과 1억7500만 달러(약 2400억원)의 기술 사용료를 지급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향후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수출할 때 사전 검증을 받아야 하는 조건도 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은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최종 계약을 앞두고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을 합의문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1978년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지침에 따라 우리나라는 미국이 원천 기술을 가진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웨스팅하우스는 체코 원전 수주에 실패하자 한국의 원전 APR1400이 자신들의 원천 기술에 기반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1월 한수원과 한전이 지식재산권에 극적 합의하면서 체코와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2기의 계약금액은 26조원으로 핵연료 공급 계약까지 합치면 총 27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체코 정부가 원전 건설의 하청 계약에 자국 기업 60% 참여를 요구하고 있는데다 웨스팅하우스에도 1조원씩의 기자재 납품 비용까지 지불하면 우리나라 기업의 수익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1호 원전 수출 사업인 아랍에미리트의 바라카 원전 사업의 누적 수익률 역시 -0.2%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국가 차원의 원전 수출 사업에 대한 회의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원자력 업계는 기술사용료의 경우 사업 규모에 비해 큰 손실로 볼 수 없고 물품구매 비용 역시 웨스팅하우스가 아니더라도 소요될 금액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SMR 검증 역시 상용화까지 시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미국의 지적재산권 문제를 우회할 수 있는 국내 표준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 조만간 원전 계약 과정의 문제점들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약이 불공정하다는 인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어차피 한국 원전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고, 웨스팅하우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내 원전 부흥 기조를 소화하고 글로벌 원전 시장을 독식하긴 불가능한 상황에서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원전 기술의 100% 자립이 사실이 아니었다면 기술료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국내 건설 기업들의 유럽 진출 가능성이 더 높아진 만큼 미국과 계약 경쟁이 아닌 동반자 개념의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융합학과 교수는 "웨스팅하우스가 기술력은 갖고 있지만 원전을 독자 건설할 인력과 시공 능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유럽 건설은 한국 기업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며 "해외 원전 수출을 위한 노하우를 얻는 학습 비용 측면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나쁜 결정이라 보진 않고, 굴욕적이라거나 부당하다를 논하기보다는 빨리 기술력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한 업계 관계자는 "국가 정세가 향후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교한 국제·정치·외교·국방과 연결된 초 집적적 원전 산업망의 비밀유지 조항을 공개한 것 자체가 향후 50년 일감을 잃는 일"이라며 "중국이 일대일로를 하겠다며 떠든 순간 사양길로 접어들었다는 걸 기억해야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통령실도 전날 일일 점검회의에서 협정에 대해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진상 내용을 보고하라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지시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현안질의에서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원전산업 전반의 이익 구조를 보면 불리하지 않다"고 답변했고,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체코 계약은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순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