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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사즉생 각오로… 이재용, 현장·동맹·M&A ‘광폭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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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승인 : 2025. 12. 25. 17:50

오픈AI·엔비디아·소프트뱅크 등 회동
테슬라 'AI6', 삼성 파운드리서 생산
반도체 공장 방문 HBM4 경쟁력 점검
공조·전장 등 M&A로 미래 성장 재편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를 당부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광폭 행보로 그 결의를 실천에 옮겼다. 글로벌 AI·반도체 동맹을 직접 다지며 돌파구를 모색하는 동시에, 연말에는 반도체 핵심 현장을 찾아 기술 경쟁력을 살피며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말보다 행동으로 위기 대응 의지를 보여주는 이재용 회장의 행보가 삼성 전반에 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올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일정만 국내외 17차례 이상 글로벌 경영 행보를 이어왔다. 오픈AI·엔비디아·테슬라 등 핵심 파트너들과 연쇄 회동을 이어가며 공급망과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통상·관세 이슈 등 정책 환경 변화에도 대응하며 삼성의 전략적 선택지를 넓혀왔다는 평가다.

이 같은 글로벌 행보와 맞물려 이 회장은 지난 22일 기흥과 화성 반도체 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R&D와 제조 현황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기흥 NRD-K와 화성캠퍼스에서 핵심 기술 경쟁력과 자동화·AI 적용 현황을 살핀 뒤 "과감한 혁신과 투자로 본원적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자"고 당부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현장 행보의 핵심을 차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를 포함한 미래 반도체 경쟁력 점검으로 보고 있다. 특히 HBM4를 둘러싼 개발·검증 진행 상황과 함께 현재의 기술 경쟁력과 중장기 전략을 동시에 챙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이번 방문은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점검하는 한편 무엇보다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데 큰 보탬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주도해온 글로벌 네트워크는 실제 협업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서울 삼성동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회동한 후 삼성전자와 엔비디아는 반도체 기반 AI 팩토리 구축을 위한 협업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로부터 최신 GPU(그래픽처리장치) 5만개 이상을 공급받기로 했고, AI 칩에 탑재되는 HBM3E 메모리 납품도 진행 중이다.

차세대 HBM4 역시 엔비디아의 품질 검증(퀄테스트) 과정에서 경쟁사 대비 성능과 안정성 측면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본격적인 공급을 위한 후속 절차가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관계자는 "HBM3E 국면에서 삼성이 다소 고전한 건 사실이지만, HBM4에서는 경쟁력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내부 자신감이 감지된다"고 전했다.

AI 생태계를 둘러싼 연대도 확대되고 있다. 이 회장은 샘 올트먼 오픈AI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여러 차례 회동하며 글로벌 AI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올해 초 열린 3자 회동에서는 오픈AI와 소프트뱅크가 추진 중인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참여가 논의됐고, 이후 공급의향서 체결로 협력이 구체화됐다.

미국 전기차 기업과의 협력도 가시화됐다. 이 회장은 2023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만나 협업 가능성을 타진했고, 테슬라는 올해 7월 최신 자율주행 반도체 'AI6'를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테슬라 측이 공개한 계약 규모는 165억달러(약 24조3000억원)에 이른다.

올해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역시 이 회장의 행보와 닿아있다. 삼성전자는 독일 플랙트그룹(공조), ZF 프리드리히스하펜의 ADAS 사업(전장), 미국 마시모 오디오사업부, 젤스 등 굵직한 인수를 잇달아 진행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특히 23일에는 자회사 하만이 ZF의 ADAS 사업을 15억유로에 인수하며 전장 사업 확대에 속도를 냈다.

재계는 이 회장의 올해 행보를 연초에 던진 '사즉생' 메시지를 행동으로 옮긴 사례로 평가한다. 글로벌 협력과 국내 현장 경영을 동시에 강화하며 기술·조직·전략을 한 축으로 묶는 총수형 경영이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는 분석이다. 관계자는 "내년에도 반도체 사이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올해 이 회장의 광폭 행보는 그 전초 작업을 탄탄히 다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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