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주베이디 석방으로 하마스 대중적 지지 상승할 것”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sl1.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203010000565

글자크기

닫기

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02. 03. 09:44

WSJ, 이-하마스 수감자·인질 3차 교환으로 풀려난 자카리아 주베이디 조명
2차 인티파다 때 팔레스타인 지도자로 활약…"석방자 중 가장 주목 받는 인물"
Israel Palestinians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감자·인질 3차 교환으로 풀려난 자카리아 주베이디(가운데)가 지난 1월31일 요르단강 서안 도시 라말라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A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에겐 영웅, 이스라엘에겐 살인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 1월30일(현지시간) 수감자·인질 3차 교환을 마쳤다. 12일째인 이날 이스라엘군 여성 군인 아감 베르거(19) 등 이스라엘인 3명과 태국인 5명이 풀려났다.

인질 석방 대가로 이스라엘도 자카리아 주베이디를 포함한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110명을 이날 저녁 풀어줬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베이디가 이전 감옥을 떠난 것은 동료 수감자 5명과 함께 판 구멍을 통해서였지만 이번에는 감옥 정문을 걸어나왔다"며 가자지구에서 진행 중인 휴전 협정의 일환으로 석방된 사람 중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주베이디를 조명했다.

주베이디는 2000년대 초반 2차 인티파다(반이스라엘 민중봉기)가 벌어질 때 팔레스타인 '알아크사 순교자 여단'의 지도자였다. 2019년 이스라엘 당국에 체포돼 수감됐으며, 2021년 땅굴을 파 탈옥했다가 다시 붙잡혔다.

WSJ에 따르면 요르단강 서안 도시 라말라에 도착한 주베이디는 환영 인파 어깨 위에 올려졌고, 손에는 팔레스타인 국기가 쥐어졌다.

이스라엘 내에서는 이번 수감자 석방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15개월간 이어진 가자지구 전쟁으로 피폐해진 팔레스타인 사회에는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주베이디처럼 수년간 이스라엘 감옥에 갇혀 있던 이들을 민족 해방을 위한 투사로 여긴다. 이번 석방은 하마스의 이미지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에서는 정치적 입장을 떠나 이번 협상에 대해 복잡한 심경을 보이고 있다. 일부는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석방된 수감자들이 다시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번 석방이 "고통스럽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30일 석방된 110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 중 32명은 종신형을 선고받은 인물들이다. 일주일 전인 23일 풀려난 200명 중 일부도 종신형을 받았던 사람들이 포함됐다.

주베이디와 함께 이스라엘인을 살해한 혐의로 복역 중이던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지도자들도 석방됐다. 이들 중에는 2003년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지시해 21명을 살해하고 60명을 부상시킨 사미 자라닷과 1996년 예루살렘에서 수십 명을 사망케 한 버스 폭탄 테러를 기획한 모하메드 아부 와르다도 포함됐다.

주베이디는 팔레스타인 내에서는 영웅이지만, 이스라엘에서는 잔혹한 살인자로 여겨진다. 그는 젊은 시절 요르단강 서안 지구 제닌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 운동가들이 함께하는 공간에서 성장했다. 1980년대 제1차 인티파다 시기 주베이디 집 2층은 어린이 극단으로 사용됐다. 당시 그는 아역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2년 이스라엘군이 주베이디의 어머니와 형을 살해하면서 무장 투쟁에 뛰어들었다. 이스라엘은 그해 주베이디가 이끈 공격으로 이스라엘인 6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한다.

"평화를 지지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2003년, 당시 27세였던 그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내 어머니는 평화를 지지했다. 하지만 그가 겪은 일을 보라"며 이렇게 말했다.

제2차 인티파다가 끝난 후, 그는 2006년 이스라엘 평화 운동가와 함께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 위치한 제닌에서 극단을 설립했다. 하지만 그는 2019년 이스라엘 버스 총격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체포됐으며, 10년 전 사건까지 포함해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2021년, 주베이디는 동료 5명과 함께 탈옥을 감행했다. 볼펜과 옷걸이를 이용해 굴을 파 감옥 밖으로 탈출했으나, 결국 제닌의 은신처에서 다시 체포됐다.

하마스의 무장 조직 대변인은 당시 "감옥 문은 언젠가 열릴 것"이라며 이들이 풀려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이번 휴전 협상에서 하마스는 당시 탈옥했던 6명의 석방을 강력히 요구했고, 그중 3명이 풀려났다.

팔레스타인 비르제이트대학의 가산 카티브 교수는 "하마스가 이번 전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의 수감자를 석방시키는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대중적 지지가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도연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