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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길의 법이 정치를 만났을 때] 헌재가 ‘한 총리’ 탄핵사건부터 먼저 선고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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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3. 05. 17:25

정준길-1
정준길 객원논설위원·법무법인 解 대표변호사
# 가상시나리오 I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사건에 대해 6:2로 탄핵인용 결정을 하였다. 그 후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중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는 각하되고,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는 기각되었다. 그 결과 최상목 부총리가 본인이 대통령 권한대행인 줄 알고 2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것은 무효화되었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헌재는 대선 보궐선거가 끝날 때까지 사건을 가지고 있다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은 유효하고, 탄핵재판의 성격상 재심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각하하였다.

# 가상 시나리오 II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의 탄핵사건 결정에 앞서 한 총리에 대한 탄핵결정을 하였다. 헌재는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는 각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는 기각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위 결정에 의하면 최 부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자격이 없고, 그가 2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것은 무효이고, 그들이 참여한 윤 대통령 탄핵재판도 무효라고 지적하며, 헌재에 변론갱신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윤 대통령 측은 헌재의 결정으로 헌법재판관 6명이 심리 및 결정이 가능하므로 신속한 결정을 요구하였고, 결국 남은 헌법재판관 6명 전원이 탄핵결정에 찬성하지 않으므로 기각되었다.

지난 2월 25일 윤 대통령의 탄핵재판이 종결되었다. 이제는 헌재의 평의와 결정, 그리고 선고만이 남아있다. 그런데 한 총리에 대한 탄핵재판 사건(2024헌나9), 국민의힘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사건(2024헌라8)에 대한 결정이 윤 대통령의 탄핵 전에 있어야만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다시 말해 위의 가상 시나리오 가운데 시나리오 II의 순서를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의 결정 순서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어떤 순서를 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총리 탄핵재판과 권한쟁의 사건의 결론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한 총리가 탄핵소추 요건을 갖추지 못해 각하되면 윤 대통령 탄핵재판을 10차례 진행해 온 8명의 재판관 중 최 부총리가 임명한 2명은 헌법재판관 자격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즉, 2명을 제외한 6명의 헌법재판관 전원이 윤 대통령 탄핵인용에 찬성하지 않으면 윤 대통령의 탄핵은 기각될 수밖에 없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이번에는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고, 이는 탄핵이 기각될 것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만약 문형배의 헌재가 지금까지 의심받아 온 것처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을 하고자 윤 대통령 탄핵사건을 한 총리보다 먼저 선고하게 되면, 다양한 예상이 있으나 6:2로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헌재나 민주당이 최 부총리에게 마은혁에 대한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요하고 개정된 형사소송규칙에 따라 신속한 변론갱신이 진행되면 윤 대통령은 탄핵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분석도 있다.

그 후 한 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관련 탄핵소추가 각하되더라도 윤 대통령의 탄핵재판은 단 한 번에 결정되고, 헌재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결정은 선고와 동시에 확정된다. 그리고 공직선거법에 따라 그때부터 60일 이내에 대통령 보궐선거가 쏜살같이 진행될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헌재에 재심을 청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헌재가 스스로의 결정을 뒤집고 재심을 받아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문형배의 헌재가 일말의 양심이 있어 차마 재심을 각하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대선이 끝날 때까지 재심사건을 묵혀둘 것이다. 그리고 새로 대통령이 선출되면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고, 이미 국민이 보궐선거에서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였으므로 재심을 기각할 수밖에 없다는 이상한 결론을 내릴 것이다.

이처럼 한 총리의 탄핵재판과 국민의힘 권한쟁의가 먼저 선고되느냐 혹은 윤 대통령 탄핵재판이 먼저 선고되느냐에 따라 그 결과와 이후 진행상황은 천양지차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어느 것이 법리와 상식, 그리고 정의에 부합하는 절차인가이다. 너무나도 당연히 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헌법재판관에 의해 탄핵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탄핵재판에 참여한 헌법재판관의 자격에 아무런 하자가 없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런데 지금 2명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유효한지가 문제 되고 있고, 헌재의 마은혁 관련 결정에도 불구하고 최 부총리가 마은혁을 임명하면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한 총리의 탄핵재판 등에서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적법하게 탄핵소추 되었는지부터 결론을 내리는 것이 순리다.

문형배의 헌재는 지금부터라도 마음을 비우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기준과 절차,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순서에 따라 관련 사건들을 결정하여야 한다. 1순위는 한 총리 탄핵재판과 국민의힘 권한쟁의를 통해 2명의 헌법재판관의 자격을 확인하여야 한다. 2순위는 민주당의 탄핵소추에 대한 결정을 통해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원인이 된 탄핵남용 주장의 인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그 후 비로소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 필자는 믿는다.

정준길 객원논설위원·법무법인 解 대표변호사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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