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신현길의 뭐든지 예술활력] 학교문화예술교육으로 지역활력!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sl1.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309010003697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5. 03. 09. 17:40

찾아가는교실 송남초
충남 아산시 송악면 송남초에서 진행한 '찾아가는 문화교실'.
수도권이 아닌 지방도시의 면 단위에 살다보면 초등학교의 중요성을 절감할 수 있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면민 체육대회도 열어야 하고, 동창회 모임도 초등학교 위주로 조직이 되며, 젊은 학부모 모임도 초등학교가 있어야 유지가 된다. 면 단위 커뮤니티의 핵심이 초등학교인 것이다. 그래서 면에 속한 초등학교 학생 수는 주민 간 대화의 단골소재이며, 몇몇 면 단위의 작은 학교를 통폐합하려는 정책에 대응하여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반대운동을 전개한다. 주민들이 느끼는 지방소멸 위기감은 초등학교 입학생 숫자에 비례한다. 가끔 폐교 위기에 몰린 초등학교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비롯, 혁신적인 교육 시스템과 지방자치단체의 주거지 제공 등으로 학생 수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언론기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이런 기사를 보면 시골 초등학교의 지속과 소멸에 대응하는 주민들의 노력을 응원하게 된다.

도시에 사는 학부모들이 초등 자녀들을 시골학교로 보내는 것은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 싶다는 것과 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소수 인원이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필자 역시 막내딸을 시골학교로 전학시킨 이유가 산과 들, 냇가로 나가는 생태수업과 연극과 음악, 영화 만들기 등 집중적인 문화예술교육수업이 교과과정에 편성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생태교육과 문화예술교육이 아이들의 행복감과 정서적 안정성을 높이고 문화적 감수성과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학교활동을 통해 학부모 모임도 활성화되며, 아이들이 한 학기동안 연습한 연극과 악기연주회 등의 학예발표회는 다수의 면민들이 모이는 동네잔치가 된다.

이렇게 다양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학교문화예술교육은 대대적인 예산삭감이라는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가 2024년 학교문화예술교육 예산을 2023년 대비 50% 삭감한 데 이어 2025년에는 72%를 삭감하였고(2023년 574억 → 2024년 287억 → 2025년 80억), 심지어 학교 예술강사료는 아예 책정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학교 관련 예산의 지방교육재정으로의 단계적 이관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올해 시도 지방교육청의 해당 예산은 증액되지 않고 동결되어, 결국 학교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는 대폭 줄어든 국고예산만큼이나 파행이 예상된다.

학교문화예술교육 예산삭감 사태는 2012년에 제정된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의 제3조 기본원칙과 제5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역행하는 행위로써 지방의 문화적 소외현상을 심화시키고, 지방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생계를 위협하며, 지역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에서는 거주지역 등과 관계없이 문화예술을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는다고 하였으나, 대폭 축소된 예산을 고려하면 경비가 많이 소요되는 먼 거리의 시골학교부터 예술교육수업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학교예술강사를 겸해왔던 지역의 예술가들이 어렵게 유지하고 발전시켜 온 지역 문화예술활동의 토대를 허무는 일이 될 것이며, 집중적인 문화예술교육이 돋보이는 시골 초등학교의 장점이 없어져 문 닫는 시골학교가 점점 많아질 것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면 단위의 쇠퇴와 지역 문화예술계의 쇠퇴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지방에서 살아보니 지역의 학교와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데 학교문화예술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기획재정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의 사무관 이상 고위공무원들에게 해외연수의 기회를 정부에서 주고 있는데, 그중 일부 특히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중앙정부 공무원들에게 시골연수의 기회도 주는 것은 어떨까? 그들의 자녀가 시골학교를 다닌다면 학교문화예술교육 예산을 삭감하겠는가? 그들 부부가 학부모 모임에 나간다면 면 단위 초등학교의 통폐합을 추진하겠는가? 민관이 힘을 합쳐 지역의 초등학교를 살리는 것이 지역활성화에 기본이 되었으면 한다.

/문화실천가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